결국…인보사 허가 취소, 식약처 "조작·은폐 정황"

입력 2019-05-28 17:54   수정 2020-11-15 20:05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인보사의 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국내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의약품의 허가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이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판매가 중지된 지 약 두 달 만이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코오롱티슈진의 매매거래를 중지시키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2017년 11월 상장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중대한 사항의 허위 기재가 있었고 이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보사 사태가 터진 뒤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80% 급락했음에도 시가총액은 4896억원에 이른다. 소액주주는 5만9445명(3월 말 기준)이나 된다.

환자와 투자자들의 소송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244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2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 2년前 성분오류 알고도 은폐"…'제2 황우석 사태' 된 인보사

18년에 걸쳐 개발된 인보사의 수명은 1년10개월에 불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허가를 취소하면서 인보사는 국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허가 변경을 통해 재기를 노렸던 코오롱생명과학의 마지막 희망도 사라졌다. 미국 임상을 재개하고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방법이 남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위 자료·성분 변경 감춘 게 결정타

인보사의 허가가 취소된 결정적 계기는 회사 측의 고의성이 드러난 데 있다. 현재까지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서류를 조작하고 은폐하려고 한 정황은 심각하다고 봤다.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보사 사태는 연골세포인 줄 알았던 성분이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됐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31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신장세포인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제조와 판매를 자진 중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술로는 신장세포임을 확인할 수 없었고 회사도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성분명만 달라졌을 뿐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회사가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 추가로 알게 된 중요 사실을 숨긴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유전자 검사와 단백질 발현 유사 비교 시험, 성장인자 유전자 검사 등을 제시했다. 회사 측의 설명과 달리 식약처의 인보사 유전자 검사에서는 신장세포에 있는 유전자들이 발견됐다. 코오롱은 허가 당시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2액이 연골세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액과 2액을 비교해야 하는데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코오롱, 2년 전 성분 오류 알았다”

식약처는 회사가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최근이 아니라 2017년 인지했다고 봤다. 인보사 원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3월 론자로부터 2액이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인보사가 국내 허가를 받은 2017년 7월보다 4개월 앞선 때다. 식약처 조사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가 난 하루 뒤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이 사실을 알린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당시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허가 하루 뒤에 알았더라도 이를 밝히는 게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코오롱은 성분이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 허가 취소를 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도덕성까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코오롱 측은 이날 고의적 은폐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초기 개발단계의 자료들이 부족해 품목허가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했다”며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회사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 측이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단된 미국 임상 3상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허가 취소로 국내 임상 데이터의 효력이 상실돼 다시 임상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전성 문제 없다지만…소송 본격화

이번 일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약 20년간 임상개발비 1000억원과 충북 충주 바이오 공장 건립에 투입된 785억원 등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홍콩, 마카오, 중국 하이난,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20여 개국과 맺은 1조원 규모의 인보사 수출도 중단됐다. 일본 기술 수출 해지 소송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소송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438개 병·의원에서 인보사 3707건이 투여됐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환자는 244명, 보상 청구액은 약 25억원이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1인당 1000만원가량인 소송가액은 위자료 수준으로 향후 신체 감정 등이 이뤄지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업계는 사상 초유의 허가 취소 사태에 침통한 분위기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인 것 같다”며 “한국 의약품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조진형/박상익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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